COSMOS
충무로 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
2013. 2.15-3.16
나는 항상 숲을 통해 우주를 느낀다. 나무의 형상은 은하단을 형성하는 뼈대를 보는 듯하며, 진녹색의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수천개의 햇살에서 마치 은하에 존재하는 천억개의 별들을 느낀다. 광막한 우주는 나에게 무한한 가능성들의 세계이며 아주 강한 긍정을 내포하고 있다. 어떤 때는 숲의 모습이 우주에 대한 은유가 아니라 구체적인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나는 숲을 보면서 이렇게 작은 개체의 형태가 커다란 세계의 모양과 비슷하다는 프랙탈 구조로서의 우주의 모형, 혹은 지도를 상상해본다. 숲 속, 사람의 몸 속에, 얼굴 속에 우주 전체의 구조가 되풀이되는 상상을 한다.
동네를 걸어가다 보면 꼭 필요한 것들은 하나씩 있다. 슈퍼마켓, 세탁소, 김밥집, 수학학원, 철물점, PC방, 교회, 등등.. 모두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 동네가 잘 돌아가게 만드는 요소들인 것처럼, 어느 동네에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더욱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시선을 선사해주는 화가도 한명쯤 꼭 필요하지 않을까. 예술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전혀 없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 속에서 판타지를 일깨워 주는 시선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니 뭐 그게 굳이 아름다움일 필요는 없겠다. 예를 들어 재개발문제, 뉴 타운 문제, 동네에 없어지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시각적 고발, 모두 동네 화가의 역할인 듯 싶다. 화가도 이렇게 동네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고 싶다.
2013
오재형